1. 영산회상(靈山會上)
궁중 또는 민간에서 연주되어 온 모음곡 형식의 기악곡으로서, 처음에는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上佛菩薩)’이라는 가사를 붙여 노래했었으나, 후대로 오면서 가사는 없어지고 오늘날과 같은 기악곡으로 남게 되었다. 가사를 가지고 있던 원래의 영산회상은 현재의 상령산에 해당한다. 이 상령산에서 중령산․세령산․가락덜이가 파생되고, 삼현도드리와 그 변주곡인 하현도드리가 추가된 후, 여기에 염불도드리․타령․군악 등이 추가되어 현재와 같은 9곡의 모음곡이 된 것이다. 영산회상에는 악기편성 또는 음악적 성격에 따라 현악영산회상․관악영산회상․평조회상의 세 종류가 있다.
가. 현악영산회상
거문고․가야금․해금․세피리․대금․양금․단소․장구 등의 실내악 편성으로 연주한다. 거문고 같은 현악기위주로 연주한다고 하여 거문고회상이라고 하며 딴 이름으로 중광지곡(重光之曲)이라고도 한다. 또한 현악이라는 이름을 빼고 「영산회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거문고와 가야금 같은 현악기 소리를 드러내주기 위하여 피리는 음량이 작은 세피리를 사용하고, 대금은 저취와 평취로 연주하며, 장구도 채편의 변죽을 친다. 따라서 각 악기의 섬세한 음색이 살아나서 국악실내악의 정수를 느끼기에 알맞다. 이 곡은 상령산․중령산․세령산․가락덜이․삼현도드리․하현도드리․염불도드리․타령․군악의 9곡으로 되어있으며 전체 연주시간은 55분 내외이다.
느리게 시작하는 상령산으로부터 점차 빨라지는 속도를 취하고 있으며 곡의 분위기는 그윽하고 명상적이다. 특히 단소와 양금 이중주로 듣는 ‘세령산’은 동양란의 단아하고 청초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곡이다.
나. 관악영산회상
향피리가 편성되는 합주곡으로서 삼현영산회상, 또는 표정만방지곡이라고도 한다. 악기편성은 대금․향피리․해금․아쟁․좌고․장구 등으로 이루어진다. 현악영산회상과의 차이점으로는 하현도드리가 없는 점, 세피리 대신 향피리를 쓰는점, 대금은 역취를 많이 쓰고, 장구는 채편의 복판을 치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향피리가 주선율을 연주하다가 얼마동안 쉬고 있을 때 대금과 해금 그리고 아쟁 등이 그 뒷가락을 이어서 연주하는 ‘연음’이 있다. 곡의 분위기는 꿋꿋한 관악기의 소리가 시원하며 대풍류 특유의 힘찬 흥겨움을 느끼게 한다.
관악영산회상의 악곡가운데 삼현도드리․염불도드리․타령․군악을 따로 떼어 연주하는 것을 ‘함령지곡’이라고 부르며 ‘상령산’을 독립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향당교주’라고 한다. 함령지곡과 향당교주는 정재(呈才)의 반주음악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다. 평조회상
본래의 영산회상을 4도 아래로 낮게 조옮김하여 변화시킨 음악으로서 유초신지곡, 또는 취태평지곡이라고도 부른다. 악기편성은 소금․대금․향피리․해금․거문고․가야금․아쟁․좌고․장구 등이다. 평조회상도 관악영산회상처럼 하현도드리가 없이 8곡으로 되어있다.
곡의 분위기는 대규모의 국악관현악편성의 음향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유려한 선율이 일품이다. 특히 첫곡인 상령산은 대금과 피리의 독주곡으로 많이 연주된다.
<천년만세(千年萬歲)>
계면가락도드리, 양청도드리, 우조가락도드리로 구성된 곡으로 계면가락도드리와 우조가락도드리는 타령장단이고 양청도드리는 정악 곡 가운데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곡이다.
곡명이 뜻하는 '오래 오래 경축합니다'의 내용에 어울리는 화사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곡이다. 세 곡만 독립적으로 연주되기도 하고 영산회상의 뒤 끝에 이어서 연주되기도 한다.
2 수제천, 해령
1)수제천(壽齊天)
대표적인 관악합주곡 가운데 하나로 원곡명은 정읍(井邑)이나 고려시대 궁중에서 추던 무고(舞鼓)의 창사인 정읍사를 노래하던 음악이었다. 조선 중기 이후로 노래는 부르지 않고 관악합주로만 전승되어, 현재는 순수 관악합주곡 또는 궁중무용의 반주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다. “수명이 하늘처럼 영원하기를 기원 한다”는 의미의 제목을 가진 이 음악은 궁중의례와 연회에 사용된 곡으로 아악곡의 백미(白眉)이다.
수제천의 형식은 전체가 4장인데 1․2․3장의 마지막 장단에서 피리와 대금이 교대로 유장한 가락을 연주하는 독특한 선율진행 방식인 연음형식으로 되어있다. 연음형식은 음악을 이끌어 가는 피리가 잠시 쉬는 동안 다른 악기들이 그 가락을 이어받아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수제천을 연주하는 악기는 대금 ․ 소금 ․ 향피리 ․ 해금 ․ 아쟁 ․ 좌고 ․ 장구․박 등이다.
2)해령(解令)
일명 서일화지곡(瑞日和之曲)이라고도 불리우는 해령은 본령(本令)인 여민락 영(與民樂 令)의 32마루중 제 16마루까지를 풀어 늘여서 간음(間音)과 장식음을 넣어 변주한 곡이다. 해령은 조선왕조 말엽에 생긴 곡이고, 본령과 함께 임금의 동가(動駕) 등에 연주되던 행악(行樂)의 하나이다. 행악은 행진하면서 연주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음악이 끊임없이 계속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이 곡의 특징인 연음(連音)이라는 것이 있게 되었고, 이 연음의 삽입 방법으로써 얼마든지 악곡을 자유롭게 반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연음의 성격은 장시간 동안 계속하여 연주해야 하는 악사가 번갈아 가며 쉴 수 있도록 하고, 또 그렇게 교대되는 악절과 악절 사이를 연결시키는 구실도 한다. 연음은 주로 한 악절의 최종음이 임종(林鐘 = g), 남려(南呂 = a), 황종(黃鐘 = c) 등으로 마칠 때, 당피리와 타악기 등이 쉬고, 대금 · 당적 · 해금 · 아쟁 · 등이 이어 연주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3. 대취타(大吹打), 취타
1)대취타
선전관청과 영문에 속한 취타대가 연주하던 행악으로서 임금의 거동, 군대의 행진, 통신사의 행렬 때 취타대들이 연주하였다.
* 악기편성은 태평소, 나발, 나각 등의 관악기와 징, 용고, 자바라 등의 타악기로 편성되는데 이중에 태평소만이 유일한 선율악기이다.
* 취타대에는 ‘집사’가 “등채”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다가 오른손으로 등채를 머리 위로 높이 들면서 “명금일하 대취타(鳴金一下 大吹打) 하랍신다(징을 울려 대취타를 시작하라)” 라고 호령하면 음악이 시작된다.
* 타악기와 관악기들의 힘찬 연주, 그리고 태평소의 강렬한 음색 등으로 인하여 쾌활하고 늠름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 연주복장은 깃털을 꽂은 관을 쓰고, 노란색 철릭을 입고, 남색 전대를 허리에 매기 때문에 화려한 느낌이 든다.
2)취타
대취타의 태평소 가락을 장2도 올려서 편곡한 관현합주곡으로서 만파정식지곡(萬波停息之曲)이라고도 한다.
편성악기는 향피리, 대금, 소금, 해금, 가야금, 거문고, 아쟁, 좌고, 장구 등이다. 씩씩하고 힘찬 느낌을 준다.
4. 청성자진한잎(청성곡, 淸聲曲)
가곡의 끝 곡인 태평가의 반주음악을 변주하여 대금이나 단소로 연주하는 독주곡을 말한다.
청성이란 말은 원래 높은 음을 뜻하는 말로서, 이 곡이 주로 높은 음역에서 연주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대금이나 단소 등의 관악기에서 낼 수 있는 길게 뻗는 소리와 관악기 특유의 시김새가 잘 어우러져 맑고 유창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다.
5. 산조와 시나위
1) 산조(散調)
산조는 시나위합주로 연주되던 가락을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 장단에 얹어 독주로 연주하는 음악을 말하는데 가락을 짜 넣는 과정에서 판소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김창조(金昌祖:1865-1918, 전남 영암)가 처음으로 가야금산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고 하며, 그 후 거문고산조․대금산조․해금산조․아쟁산조․피리산조 등이 만들어졌다.
산조는 형식미를 갖춘 예술음악으로 평가되며 다양한 장단과 조로 짜여져 있다. 느린 진양조장단으로 시작하여 중모리 ․ 중중모리 ․ 자진모리 ․ 휘모리 ․ 단모리장단으로 점차 빨라지며 우조 ․ 평조 ․ 계면조 ․ 경제(경드름) ․ 강산제 등 여러 가지 선법 또는 표현법으로 다양한 빛깔의 가락을 그려낸다. 느린 진양장단과 중모리장단에서 나타나는 깊은 농현의 울림과 빠른 장단에서의 현란한 리듬 붙임이 듣는 이로 하여금 몰아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조였다 풀었다하는 긴장과 이완의 반복으로 점차 고조되는 음악, 연주가들의 즉흥성이 한껏 발휘되는 열린 음악이 바로 산조음악이 아닌가 싶다.
2) 시나위
시나위는 전라도 지방을 비롯하여 경기도 남부․충청도 서부․경상도 서남부 지방에서 굿 노래의 반주나, 굿춤의 반주로 연주되었던 음악을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 시나위라고 하면 굿 의식과는 별도로 음악만이 떨어져 나와 감상용으로 연주되는 음악을 말한다.
굿판에서는 대금․피리․해금․장구․징 등의 악기로 연주하며, 감상용 합주에서는 가야금․거문고․아쟁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육자배기토리의 선율을 중중모리와 자진모리장단에 얹어 즉흥적으로 풀어 가는 시나위는 각 연주자들이 엮어내는 안 어울리는 듯 어울리는 가락에 매력이 있다. 연주자들은 주어진 장단 틀 안에서 각자 즉흥적인 선율을 연주하며 이로 인해 각 악기들이 서로 다른 선율을 만들어 냄으로써 다성적인 진행에 의한 불협화음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정돈되지 않은 것 같은 혼돈상태의 음향을 만들어내던 시나위연주는 장단과 육자배기토리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정리되어 마무리된다. 요즈음 연주되는 시나위는 가락을 미리 구성하여 연주하기 때문에 즉흥성이 많이 감소되었으나 악보 없이 연주하며 무대에 따라 그때그때 연주가 조금씩 바뀐다는 점에서 즉흥적인 음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점 때문에 시나위는 째즈와 비교되기도 하고 또한 요즘 시나위 연주자들은 째즈 뮤지션들과 함께 즉흥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6. 사물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