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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玄琴)


● 고구려, 왕산악, 검은학, 현학금(玄鶴琴), 옥보고, 오동나무, 밤나무, 6줄, 술대, 명주실, 괘(16개), 역안법

삼국사기에 중국 진나라에서 보내온 7현금을 고구려의 왕산악이 본디 모양을 두고 제도를 고쳐서 새로 만든 것으로 왕산악이 100여곡을 지어서 연주했더니 검은 학이 날아들어 춤을 추었다하여 현학금(玄鶴琴)이라고 이름이 붙여졌고 뒤에 "학"자를 빼고 현금이라고 불렸다.
소리가 깊고 장중하여 예로부터 ‘백악지장(百樂之丈)’이라 일컬어졌으며, 학문과 덕을 쌓은 선비들 사이에서 숭상되었다.
줄은 가까운 쪽으로부터 문현(文絃) , 유현(遊絃=子絃) , 대현(大絃) , 괘상청(법上淸) , 괘하청(下淸:기괘청(岐법淸) , 무현(武絃)이라고 한다.
대현이 가장 굵고, 문현 , 무현 , 괘상청 , 괘하청 , 유현의 순으로 차차 가늘어진다. 유현 , 대현 , 괘상청은 괘 위에 올려져 있고, 문현 , 괘하청 , 무현은 안족(雁足)위에 올려져 있다. 술대를 사용할 때 통의 앞면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부드러운 가죽으로 된 대모(玳瑁)를 붙인다.

거문고는 무릎 위에 놓고 연주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악기로 궁중음악과 선비들의 풍류방, 전문 연주가의 도주악기로 전승되었다. 오른손으로 술대를 쥐고 현을 쳐서 소리를 내고, 왼손은 공명통 위에 고정된 괘를 짚어 음정을 얻는데 그 소리는 웅심(雄深)한 느낌을 준다.

거문고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악기다. 다른 나라에는 중국과 일본의 비파(琵琶), 일본의 샤미센(三味線)처럼 루트(lute) 종류의 악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현재 루트 종류의 악기는 도태되어 사용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거문고에 압도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역의 루트 종류의 악기를 고구려에서 처음으로 수입해 신라에 전해 주었다. 이것이 향비파(鄕琵琶)인데 가야금, 거문고와 함께 신라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현악기, 즉 삼현(三絃)의 하나로 애용되었다. 그 후 통일신라 때에 중국화된 루트인 당비파(唐琵琶)도 수입되었다. 지금도 중국과 일본에서는 비파가 중요한 악기로 연주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조에 들어와 차츰 쇠퇴하여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음악에서는 비파의 성능이 거문고와 흡사했기 때문에 1930년대까지도 거문고의 연주법에 준하여 연주되었으나 결국 거문고의 위세에 밀려서 사라졌다.

거문고처럼 특이한 개성을 지닌 악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것이다. 16개의 높고 낮은 프렛(fret), 즉 괘(棵)가 있는데 제일 높은 것은 6센티미터가 넘는다. 세계 현악기 중 가장 높은 프렛을 가진 것 같다. 단단한 해죽(海竹)으로 만든 볼펜 크기의 술대(匙)를 쥐고 수직으로 내리치면 공명판까지 때려서 상하기 때문에 공명판 위를 보호하는 가죽, 즉 대모(玳瑁)가 있다. 아마도 이렇게 세게 줄을 때리는 악기도 세계적으로 없을 것이다.

역안법

거문고의 특징은 음을 낼 적에 기타나 바이올린처럼 줄의 길이만 갖고 음의 높이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줄을 짚는 것과 동시에 옆으로 밀어서 소리를 낸다. 즉 줄의 길이뿐만 아니라 줄을 밀 때 생기는 장력으로 음높이를 조절한다. 이것을 역안법(力按法)이라고 한다. 줄을 밀지 않고 음높이를 줄의 길이로만 정하는 주법을 경안법(輕按法 )이라고 하는데 서양이나 중국, 일본의 루트류 악기는 모두 경안법을 사용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역안법을 사용하는 거문고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악기이고, 역안법을 써서 여음의 변화를 극대화시키는 묘한 악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음을 가진 악기들, 즉 줄을 건드렸을 때 나는 소리를 연주자가 변화시킬 수 있는 악기들만 현악기로 간주된다. 이러한 현악기는 대자연과 동화하여 살기 위한 수단으로 음악을 하는 선비들에게 중요한 것이었다. 특히 거문고는 선비들의 악기로 애호되었는데, 그 이유는 이 악기의 여러 가지 매력 때문이었다. 거문고에서 선율을 연주하는 줄은 두 개 뿐이다. 한줄은 가늘고 부드러운 여성적이 소리를 내는 유현(遊絃)이고, 또 한 줄은 지나칠 정도로 굵다. 이것을 대현(大絃)이라고 하는데 하도 굵어 손가락으로 웬만큼 뜯어서는 소리가 잘 나지 않는다. 술대로 위로부터 세게 내리치면 거문고의 줄 소리와 더불어 흡사 마룻바닥이 울리는 듯한 공명통을 때리는 소리가 섞여서 나온다. 게다가 이 두개의 줄과는 전현 다른 네 개의 개방현이 있는데, 이 개방현들이 내는 풍부하고 윤택한 소리는 거문고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꾸며 준다.

추천 감상곡
1) 거문고 독주 <도드리>

2) 거문고 독주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3) 정대석 / 거문고 독주곡 <수리제>

4) 김진희/거문고 독주 <Digital Buddha>

 

정대석

거문고 연주자로, 거문고 음악 작곡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작곡한 거문고 독주곡 <일출>, <수리재>, <달무리> 는 거문고 독주회에서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중요한 연주곡목이다.

그는 자신이 작곡한 곡에서 거문고의 새로운 연주기법을 과감하게 모색하는 실험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거문고 곡은 전통적이면서도 새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삼현삼죽

이것은 악기편성이라기보다는 흔히 말하는 신라시대를 대표하는 악기의 명칭으로서 많이 쓰인다. 즉,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관악기 대금, 중금, 소금을 묶어 '삼죽(三竹)'이라 하고 대표적인 현악기 가야금, 거문고, 향비파(오현)를 일러 '삼현(三績)'이라 부르고 이 둘을 합하여 '삼현삼죽'이라 칭하는 것이다. 이들은 대표적인 악기들이면서 또한 대표적인 악기편성일 가능성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삼현'중의 비파는 5현의 향비파(鄕琵琶)를 말하는데 , 이는 훗날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4현의 당비파(唐琵琶)와 구분하여 향비파라고 굳어진 것이다.